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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프노시스마이크』의「여존남비」설정은 미소지니를 표현할 면죄부가 되지않는다.
수플레님
2018. 8. 8. 21:51
기사원문입니다. 한번쯤 클릭/공유해주시거나 일본어가 가능하신 분들은 직접 읽어보셔도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히프노시스마이크』의 차별표현을 둘러싸고 인터넷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고있다.『히프노시스마이크』는 남성성우가 캐릭터를 연기해 랩을 하는 캐릭터 송, 보이스 드라마가 수록된 CD시리즈다. 메인 타겟은 오타쿠 여성이며 전방에서 활약하는 프로 랩퍼가 곡을 제공해 듣기 좋은 랩과 매력적인 캐릭터로 인기를 얻고있다. 최신작은 오리콘(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이스 드라마 중에는 미소지니(여성멸시)나 호모포비아(동성애멸시)라고 받아들여질 표현도 등장해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참고:「ヒプノシスマイクが怖い話」*히프노시스 마이크가 무서운 이야기, yetada님의 번역문: http://75875787867.tistory.com/28)또한, 비판에 대해 '싫다면 보지마라' , '픽션과 현실은 다르다' 등의 발언도 잇따르고있다.
실제로 보이스드라마의 내용을 인용해보겠다.
"너희들 내 앞에서 '그치만'이나 '그래도'처럼 오카마자식같은 말 뱉지말라고" (「ヒプノシスマイク Buster Bros!!! Generation」Drama track1)
"망할 여자들한테 꼬리나 흔들어야 되다니 역겹기 짝이없다" (「ヒプノシスマイク Buster Bros!!! VS MAD TRIGGER CREW」Drama Track[Know your Enemy side B.B VS M.T.C.])
"곰팡이 낀 얘기는 저기 있는 망할여자의 (삐-)에라도 처넣어둬라"(같은 트랙)
보이스 드라마 안에는 이런 대사가 아무런 양해조차 없이 등장한다.
「여존남비」사회라면 차별용어는 용서되는가
『히프노시스 마이크』의 차별표현 문제는 이런 일련의 대사만 뽑아내 비판하는 걸로 그치기엔 부족하다. 스토리의 특성상 작품의 문맥이 대단히 복잡하게 되어있다. 2017년 10월 20일 당시의 공식사이트에 게재되어있던 작품설정을 아래에 인용하겠다.
<H력. 무력에 의한 전쟁은 근절되었다. 물론 그것은 엄청나단 말로는 표현되지 않을 정도의 희생을 치렀다. 야만적인남자들을대신해 여성이 패권을 잡게 된다. 중왕구라고 불리는, 남성을 완전배제한 구역에서 정치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곳에서 새로운 법이 제정되었다. 그 이름도 H법안. 사람을 살상하는 모든 무기 제조금지 및 기존 무기의 폐기.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리석은 남성의 싸움은 근절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싸움은 총이 아니라 사람의 정신에 간섭하는 특별한 [히프노시스마이크]라는 것으로 바뀌었다. 말이 힘을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싸움과 친화성이 있는 랩을 사용해, 우열을 가리는 세계가 되었다. 남성은 중왕구 외 신주쿠 디비전, 시부야 디비전, 이케부쿠로 디비전, 요코하마 디비전 등의 구역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각 디비전 대표인 MC그룹이 배틀을 해, 이긴 지역은 정해진 부분 외의 영토를 얻을 수 있다. 이건, 무기가 아니라 말이 힘을 가지게 된 세계에서 일어나는 남자들의 위신(威信)을 건 영토배틀이다.>
「야만적인 남자들을 대신해 여자가 패권을 잡게 된다.」라는 한 문장만 봐도 남자와 여자 뿐인「남녀이원론」이 전제로 되어있는점이나,「야만적인 남자」「어리석은 남성」이라고 남성을 정형화하고 있는 점 등 적지않은 문제가 존재한다. 오히려 현재 이 서문은 대폭 수정되어 이 글의 내용에 해당하는 문장은 삭제되어있다.
어찌되었든 여성이 모든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는「여존남비」사회를 무대로 남성캐릭터들이「디비전」이라는 지역에 따라 팀을 결성해 랩으로 테리토리 배틀이라는 영토싸움을 벌이고 있다... 는 설정이 논의를 더욱 복잡하게 하고 있다.
왜냐하면 작중에 나오는「오카마자식(カマ野郎)」「망할여자(삐-)(クソ女の(ピー)」같은 대사가 현실=남성중심주의사회=가 아니라 히프노시스마이크세계=여성중심주의사회=에서의 발언이기 때문이다.
「그런 설정이라면 차별표현을 듣더라도 어쩔 수 없지」라고 말할 수 있는가?
픽션은 현실 안에 있다.
필자는 픽션안에서 행해지는 차별표현을, 현실에 대한 비평성 유무로 판단해야한다고 생각하고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영화『가벼운 남자가 아니야(원제는 모르겠네요)』는 미소지니를 행해오던 남성이, 갑자기 남녀의 사회적 지위가 역전된 세계에 말려드는 작품이다.「여존남비」로 바뀐 프랑스 사회에서 주인공은「필요한 건 여자라는 유머다」 등 성별을 이유로 기획이 파토나거나 「남자면서 애를 갖지 않으려고 하다니」라며 놀라는 소리를 듣거나 한다.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대부분 여성으로 차를 내오는 건 남성의 역할이다.
남녀를 바꾼 것으로, 평상시 여성이 처해있는 낮은 입지나 여성차별의 부당함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히프노시스마이크』사회에서「여존남비」로서 쓰이고 있는 구체적인 내용은 주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남성이 여성의 10배의 세금을 내는 것이고, 또 하나는 여성만이 (중왕구에)주거하며 정치를 하고 남성은 그곳에서 추방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이상으론 특별한 설명은 없다. 예를 들어 근무의(병원의사), 정사원 캐릭터나 그의 남성상사도 등장하지만 직업의 부자유에 대해서는 묘사되어있지 않다. 남성의사에 여성간호사라는 젠더스테레오타입의 묘사가 나오고, 정중한 말투의 여성종업원에게 반말로 대응하는 남자손님의 구도도 변하지 않았다. 현재의 젠더바이어스를 깊게 생각해 반전한 내용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팬과 겹쳐볼 수 있는 여성캐릭터들
또, 작중에 나오는 이름 있는 여성캐릭터는 카데노코우지 이치지쿠 한 사람 뿐이다. 그녀는 현 정권의 넘버2라는 설정으로, 경찰권력을 중심으로 테리토리 배틀을 책임지는 입장이다. "어차피 남자는" 등의 대사로 남성캐릭터를 깔보고, 남성캐릭터도 "계집이"라며 (이치지쿠에게)적의를 드러낸다. 그녀 외에 등장하는 여성을 전부 적자면, 여성공포증 호스트 이자나미 히후미를 연모하는 스토커, 의사 진구지 쟈쿠라이의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인기있지만 특별한 상대는 만들지 않는' 디자이너 아메무라 라무다의 불특정한 상대들, 중왕구 호텔의 일하는 종업원, 그리고 중왕구에서 남성캐릭터들을 쫓아 다니는 여성군중이다. 전부 이름도 없고, 대사도 극적으로 적다.
요컨대 현지점의 스토리에 참가하는 여성은 적, 모브, 적의 모브로 세종류 뿐이다. 최근에 나온 CD에선 실제로 작중에서 중왕구의 여성이 쓰는 투표용지가 들어 있어 팬의 투표로 테리토리 배틀의 승패가 정해지도록 되어있다. 적, 모브, 적의 모브에 팬을 겹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좋아하는 캐릭터를 응원하고싶을 뿐인데 어째서 이런 슬픈 처지에 자신을 밀어넣어야 하는 건지. 위에서 인용했던 대사들도 남성캐릭터들을 소비하는 측인 여성이 남성캐릭터들에게 거세게 힐난당하는 구조로 되어있어 좋지않은 기분이 남는다.
「여존남비」의도는 어디에 있는가
멋진 남성캐릭터가 힙합이라는 카운터컬쳐(반문화)를 등에 업고 사회에 반기를 드는 모습을「여성에 맞춘 콘텐츠로」담아내고싶다. 이 작품은 그런 자세로 만들어진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 자체는 매력적인 시도다. 현실의 힙합은 미소지니나 호모포비아가 눈에 보이는 형태로 표현되는 것이 많아 여성이 접하기 쉬운 문화라고는 말하기 힘들다. 배틀에서는 차별적인 말들이 교차하고, 여성이 술이나 돈이나 마약과 같이 나열되어 승리자의 성적 재산으로 쓰이고 있는 곡은 무수히 넘쳐난다. (참고인터뷰: ラッパーの椿へのインタビューや、あっこゴリラと荻上チキ)와의대담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것처럼, 내부에서 소리를 내고있는 플레이어도 있고, 여성으로서의 씬(음악적 세계같은 어떤 범위라고 생각됩니다)에 관련한 곤란한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 문제들을 픽션 안에서 제거해 '안심하고 들을 수 있는 힙합'을 만들어 준가면 그건 하나의 구원(위안)이 될 것이다.
그러나『히프노시스마이크』는「반체제문화」를 감싸고 있는 남성들의 반발/연대를 그리기 위해 '여성을 공공의 적으로 만든다'는 선택지가, 소위 말하는 '네타'로서 너무나도 안일하게 선택된 것이다. 여존남비설정이, 차별표현의 정당화로 쓰이고 있는 것처럼. 제작측에서 아무도 이 설정의 그로테스크함에 이의를 표하지 않았던걸까. 자각하고 한 일이라면 악의가 있거나 이야기 설계를 대단히 못하거나의 둘 중 하나일 거고, 자각없이 한 일이라면 더욱 질이 나쁘다. 현싱사회의 문제를 아무것도 인식하고 있지 않은 것과 다를 바 없다.
『히프노시스마이크』에는 전방에서 활약하는 랩퍼의 다수가 참가하고 있고(프로젝트에), 현실의 힙합컬쳐와의 연결은 명백하다. 컨텐츠로서도 본격적인 랩임을 표방하고 있다. 「(문화의)전체」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정치적인」문화와 마주보다
「젠더의 문제로 몰아붙이면 찬물을 끼얹은 듯한 기분이 된다」
「딱 잘라 구분지어서 즐기고 있을 뿐인데 나는 차별에 가담하는 나쁜놈인가」
『히프노시스마이크』에 대한 비판이 나온 후 이런 내용의 댓글들이 올라왔다.
『히프노시스마이크』와 젠더에 대해서 일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논의를 피하는 사람을 악이라고은 하지않는다. 작품에 위안받는 것 자체가 틀렸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다만, 논의하는 것도 논의를 무시하는 것도 모두 하나의 정치적 입장이라는 인식은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적이라는 건 좁은 뜻의 정치ㅡㅡ예를 들어, 뉴스사이트의 '정치' 카테고리에서 다뤄지는 화제ㅡㅡ가 아니라 넓은 의미의 정치ㅡㅡ인간집단에 있어서 의사결정을 위한 모든 것을 포함한ㅡㅡ것이다.
이 세상에 정치적이지 않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언급한 인간의 자유도 있지만 진지한 비판을 막을 '자유'는 없다. 지금 당장 변화하지 않더라도, 염려를 계속해서 드러내서 이 뒤에 생겨날 컨텐츠가 더욱 배려가 있는 내용이 될 수 있지않을까 생각한다. 필자도 한 사람의 히프노시스 마이크 팬이다. 작품이 매력적이기 때문이야말로 비판해야할 부분을 간과하고 싶지않다. 모든 문화는 정치적이고, 문화를 마주하는 행위도 정치적이라고 거듭 주장하고싶다.
(正しい倫理子)